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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문학) 겨울의 연속 - 7

Th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20 00:12:24
조회 1107 추천 2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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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zen Reprise.

겨울의 연속 - 1

겨울의 연속 - 2

겨울의 연속 - 3

겨울의 연속 - 4

겨울의 연속 - 5

겨울의 연속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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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인가 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하고 단단한 소리. 돌끼리 서로 부딪히는 듯한 소리.
바위가 경사를 타고 굴러떨어지는 소리. 텅하고 불똥이 튀는 소리.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공터에서는 분명 그런 소리가 났다.


“그에 앞서 여왕님께 제가 전해드려야 할 물건이 있군요.”


패비의 뒤에 가만히 서있던 트롤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붉은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차고 있는 그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에는 못 생긴 당근이 하나 들려있었다.
무척이나 오래되어보였지만 신기하게도 썩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래 전의 여름에, 이상하게 생긴 눈사람 하나가 이 검은 산에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이 무척이나 강한 날이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땅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 했고, 먼 곳에서 불어오는 열풍을 피할 곳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통째로 증발해버린 엷은 강줄기의 흔적이 보였다.
열기에 말라 죽어버린 일년초의 흔적이 눈에 띄었다.
마치 죽음의 땅처럼 아무도 오르지 못 할 것 같은 이 검은 산에도 방문자는 있었다.

 

방문자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내었다.
똑똑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 치익치익 물이 증발하는 소리.
그는 산을 오르며 마치 비가 오듯이 땀을 흘렸다. 특이하게도 계절에 맞지 않게 그의 머리 위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 지친 듯이 보이는 방문자는 쉬지 않고 산을 올랐다.
산은 몹시 높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열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마침내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둥근 돌이 여럿 흩어져있는 넓은 광장이었다.
그는 앙상하고 가는 손으로 눈 앞에 보이는 돌덩어리를 똑똑 두드렸다.


“난 댁들이 그냥 돌덩이가 아니라 트롤인거 아니까 냉큼 일어나.”


웅크려있던 돌덩어리들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눈만 빼꼼 꺼내놓은 그들의 모습에는 감출 수 없는 장난기가 느껴졌다.


“눈사람? 오랜만이잖아? 무슨 일이야?”

 

“패비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어.”


눈사람의 표정은 더없이 진중했다.
가슴에 크나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그의 눈동자는 어딘가 공허했다.
트롤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우고 눈사람의 나뭇가지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는거야?”

 

“...”


눈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크게 일그러져있었다.
검은 산의 극심한 열기에 눈사람의 얼굴이 조금 녹아내려 땅에 물기가 고였다.
그 모습이 트롤의 눈에는 마치 우는 것처럼 보였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줘.”


트롤은 뒤돌아서서는 몸을 말아 땅을 굴렀다.
돌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광장에 가득 찼다.
소리는 멀리 퍼져나가 주위를 둘러싼 산줄기에 부딪혔고, 메아리가 되어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멀리서 돌 굴러오는 소리가 들렸다.
돌은 정확히 눈사람의 앞에 멈추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랜드 패비였다.


“꼬마 눈사람이었구만.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왔나?”


눈사람이 녹은 물은 어느새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가 여름날에도 살아있도록 도와준 눈구름도 이곳에서만큼은 그를 지켜주지 못 했다.
당근 코가 주륵 흘러내렸다.
그랜드 패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패비 할아범. 당신은 모든지 할 수 있지?”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지.”

 

“그렇다면 사람을 살리는 일은 가능해?”


툭. 툭.

눈사람의 왼쪽 나뭇가지 팔이 땅으로 툭하고 떨어져 내렸다.
배에 달고 있던 단추 하나도 그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꼬마 친구. 자네 녹고 있어. 어서 이곳을 나가게.”

 

“아니. 난 나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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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단추 하나가 또 땅에 떨어지며 다른 소리를 내었다.
어느새 그의 아래 자리잡은 웅덩이에는 상당히 많은 물이 고여있었다.
눈구름이 그에게 눈을 뿌리는 것보다 그가 녹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랜드 패비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해졌다.


“나는 사람을 살릴 수는 있지만, 자네는 돕는 건 힘들어. 어서 이곳을 나가게.”

 

“정말로 살릴 수 있어?”

 

“자네가 정말로 그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싶다면 불가능할 것은 없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줘.”


눈사람의 단추는 모두 떨어져내린지 오래였다.
마저 남은 한쪽 팔마저도 몸통이 녹으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눈만큼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거의 다 녹아 형태를 찾기 어려운 눈사람을 패비는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토록 필사적이도록 만드는가.

마지막까지 눈사람의 코에 달려있던 당근은 끝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떨어지면서 어떠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의 머리맡을 떠돌던 눈구름마저도 어느샌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물 웅덩이는 어느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다 녹아버린 눈사람의 목소리가 그랜드 패비의 귀에 들려왔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줘.’


늙은 트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손을 끓고있는 웅덩이에 담구었다.
손을 타고 들어오는 눈사람의 기억에 그의 미간에 패인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그 자매의 이야기였구나.
눈을 감은 그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게. 내 딸이 많이 아파.’


그가 손을 담구었던 웅덩이는 어느새 사라져 그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어찌 이리도 인연이란 무서운 것인가. 수십 년이 지난 일이 아직도 발목을 붙잡는구나.
그는 땅에 널부러져있는 당근을 집고는 반대쪽 손으로 하늘을 향해 휘저었다.

허공에 푸른 색의 환상이 피어났다.
그 모습은 방금 전까지 그와 이야기했던 눈사람의 모양을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검은 산의 열기에도 녹지 않았다.

눈사람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 신기하게도 원래 제 몸이었다는 듯이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그 아이를 찾아 이 곳으로 데려오게. 그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게야.”

 

그랜드 패비는 몸을 말아 원래 그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온 산의 트롤들도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순식간에 적막해진 공터에는 눈사람 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입술을 앙물었다.

할 수 있어. 안나를 살릴 수 있어.

그의 발이 재차 움직였다. 그의 발걸음은 산을 오를 때보다 한껏 가벼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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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수정하는데 3일 올라프 짤 찾느라 2일 게으름 피우느라 3일

ㅜㅜ... 게을러서 제상합니다 ㅜㅜ

만족할만한 퀄이 안 나와서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ㅜㅜ

스포 : 트롤느님 감사합니다 엘규엘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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