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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문학] 겨울의 연속 - 5

Th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07 00:42:13
조회 874 추천 27 댓글 10
														

프롤로그 - Frozen Reprise.

겨울의 연속 - 1

겨울의 연속 - 2

겨울의 연속 - 3

겨울의 연속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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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해가 빨리 질지언정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시기.
그렇기에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올지언정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별밤 아래 땅을 내딛는 두 여행자가 있었다.
하나는 구두를 손에 든채 맨발로 눈밭을 걷는 여인.
하나는 살아 움직이는 눈사람. 흔치 않은 조합이었다.
그들은 한 마디 말없이 묵묵히 발을 놀렸다.
느긋한 속도였지만 결코 멈추는 법은 없었다. 그저 그들은 꾸준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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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문득 발을 멈추어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올려다 본 그녀의 눈에 밤하늘 오로라가 아지랑이마냥 피어 울렁였다.
그녀의 옆을 함께 걷는 눈사람이 쿡쿡대며 웃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그는 당근 코를 나뭇가지 손으로 만지작대었다.
그 당근 코는 몹시 오래되어보였지만 신기하게도 썩지는 않았다.
소중한 듯이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마디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눈사람은 눈을 감았다.

 

아주 오래 전 일이었지.
갓 정신이 들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오로지 하얀 설원뿐.
처음 느낀 감정은 무한한 해방감, 그리고 역설적인 고독감.
눈덮인 설원을 아무리 걸어봐도 인기척을 찾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쉴새 없이 입을 놀렸었지.
내가 말을 하면 내 목소리라도 귀에 닿으니까.
그렇게 하루 종일 혼자 말을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밤이 된거야.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면서 사방에 땅거미가 졌어.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게 됐지. 그래서 난 하늘을 봤어.
수많은 별이 떠있는 하늘 한가운데를 빛의 흐름이 가로지르고 있었지.
마치 하늘이 열린 것 같았어.
딱히 무언가 할 일도 없었고 그저 하염없이 그 모습만 바라만 보고 있었어.

 

“그래, 그 때 네가 안나와 함께 성을 찾아왔었지?”

 

“응.”

 

똑. 또도. 똑똑.

환상처럼 귓가에 맴도는 노크소리.
모든 것이 해결된 이후에도 노크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안나는 항상 문을 두드렸고, 나는 항상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즐겁게 뛰어놀았지. 우리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함께하지 못 했던 이상으로 붙어있었어.
성문은 항상 열려두었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어주었어.
축제가 열려 연회장이 개방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연주에 맞춰 춤을 추었지.
남들 보는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일이었지만 안나, 네가 있어서 할 수 있었어.

네가 없었더라면 난 여전히 방문을 걸어잠그고 혼자 춤을 추었겠지?

햇볕이 싱그럽게 창가로 모습을 디밀던 날에는 네가 말을 끌고왔어.
나는 못 이기는 척 네 손에 이끌려 말을 타고 성문 밖으로 나갔지.
망토를 바닥에 깔고 몰래 준비해 온 쿠키와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다가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에 잠이 들었어. 어찌나 정신을 놓고 잠을 잤는지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는 것도 알아채지 못 했었지. 깜짝 놀라 병사들을 데리고 달려온 카이가 아니었으면 아마 그 날 성에 돌아가지 못 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눈사람도 만들었었지. 올라프보다 훨씬 잘 생기고 늠름하게 생긴. 하지만 그 눈사람은 올라프처럼 살아 움직이지는 못 했어. 아쉽게도.

크리스토프가 우리의 즐거운 모습을 보고 스벤과 궁시렁대면서 질투하고는 했었지. 하여간 남자답지 못 한 사람이었다니까?
그래도 그는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어. 네가 그를 바라보던 바라보지 않던.
처음에는 그에 대해서 혼란스러웠어.
하루만에 만났던 남자와 만났다가 상처받은 아이가 이번에는 만난지 삼일밖에 안 된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걱정스러웠지. 그가 너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지만 네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어.
그래도 그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믿을 수 있었어.

 

차츰 네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 뜸해지기 시작했지.
우리가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거야.
나는 여왕으로서의 삶. 너는 사랑받는 여자로서의 삶.
네가 부럽다는 생각도 간간히 들었어. 나도 사랑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엘사는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빛이 흘러가며 씨실과 날실처럼 꼬여 여러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그리운 얼굴들.
아버지. 어머니. 카이. 크리스토프. 스벤. 한스.

그리고 안나.

일순 형상을 이루었던 오로라는 곧 자신의 모습을 풀어헤쳤다.
엘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삶의 흐름에 사로잡혀 잃어버린 정말로 소중했던 존재.
그 소중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다.

올라프는 안나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고 했다.
들려주지 못 한 말이 남아있었다. 해주고 싶은 것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쉽게 너를 놓지는 않아. 안나.

엘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올라프가 다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전히 눈 위에 찍히는 발자국은 하나였다.

 

천도의 쌍둥이 자리가 그녀를 몰래 바라보았다.
별자리가 일렁이며 그녀에게 손짓하며 내어주는 별빛이 밤길 걷는 여인의 앞을 밝게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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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ㅡ'

 

5화는 잠시 쉬어가는 회상코스입니다. 생각보다 캐릭터들이 제알아서 잘 안 움직이네요. 잠시 쉬어가잽니다.

 

따라서 8부작으로 예상되었던 마무리는 10부로 밀릴듯...

 

각 화에 대한 짤 수정을 가했습니다. 전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도 즐감하세요'ㅡ'

 

쌍둥이자리에 대한 일화를 모르신다면 반드시 찾아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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