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학의 밤/장편] 겨울의 연속 - 4

Th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5.03 01:29:12
조회 907 추천 21 댓글 3
														

프롤로그

겨울의 연속 - 1

겨울의 연속 - 2

겨울의 연속 - 3

 

---------------------------------------------------------------------------------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9bcc427b18a77a16fb3dab004c86b6f01720db71ffeb166c9267cc822f4ad823c301dfbc08632557ac07580676e922f4f3ce04cce9b291c

 

계절은 여전히 겨울.
바깥에는 눈이 소복히 쌓였다.
드넓게 펼쳐진 설원. 그 험준함에 사람도 짐승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않는 곳.
그 어디에도 발자국은 찾기 힘들다.
땅에 눈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듯 고요했다.
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소리를 내지 않고 숨을 죽였다.

 

사박.

 

쌓인 눈 위로 발자국 하나가 찍혔다.
눈 밟는 작은 소리가 북쪽 산 전체에 메아리쳤다.
풍성한 금발, 하늘을 조각조각 담은 듯한 얇은 의복.
눈꽃이 핀 망토. 얼음 구두.
온통 하얀 색으로 뒤덮인 땅이 그녀의 색으로 물들었다.

오랜 시간 잠들었던 여왕이 비로소 문을 열고 성을 나섰다.

 

 


사박. 사박.

 

여왕은 구두를 신은 채 눈밭을 걸어갔다.
발이 푹푹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길을 이어갔다.
꿋꿋하게 눈밭을 걸어나가는 그녀의 뒤를 눈사람이 봉행했다.


‘이 장갑을 끼고있으면 괜찮을거야.’
어릴 적 아버지가 끼워주신 장갑.
똑,또도,똑똑.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

 

사박. 사박.

 

눈사람의 발자국은 눈 위에 찍히지 않았다.
눈밭 위에 남는 것은 오로지 여왕의 것 하나.
그녀는 문득 발을 멈추어 자리에 섰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높이 솟은 얼음성을 마주보았다.
성은 햇빛을 받아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이 얼음성을 세우며 평생 홀로 살리라 다짐했다.
이해받지 못 해도 괜찮다. 평생 고독하더라도 상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처 입히기만 하는 인생이라면 사랑받고 싶지 않았다.
쏟아지는 관심에 나는 지쳐있었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그래. 좀 쉴만하니 안나가 찾아왔었지.
혼자서 열심히 마음 정리 다 해놓으니까 찾아와서 마음을 흔들었어.
기뻤어. 반가웠어.
모두가 나에게 겁을 집어먹었을 때 너는 두려움 한 점 없이 나에게 다가와 주었으니까.
성에는 방도 많이 만들어놨었어. 하룻밤 재워서 돌려보내고 싶었어.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눈에서는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여왕의 눈가에 내려앉은 눈이 녹아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도 왜 나는 너와 즐겁게 놀지 못 했을까.

 

 

눈사람은 여왕의 뒷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잘못된 길을 걷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통치 아래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줄어들었고,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깃들었다.
사람들은 성군의 출현에 즐거워하며 그녀가 마법을 쓰던 말던 개의치 않았다.

안나는 그 모습을 보고 쓸쓸한 미소를 짓고는 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언니를 방해할 수가 없었던거겠지.

 

 

“생각해보면, 나는 그 때 완벽하게 떨쳐내지 못 했었어.”

 

 

높게 솟아있던 얼음성이 어느새 쌓인 눈으로 뒤덮였다.
성의 모습은 어느새 둔덕처럼 변해버렸다.
동생에게 진정한 사랑을 배웠을 때, 이 얼음성만큼은 녹여버리지 않았다.
마지막 피난소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viewimage.php?id=2bafdf3ce0dc&no=29bcc427b18a77a16fb3dab004c86b6f01720db71ffeb166cd267cc822f4ad8275e882350cb684e7ba5942f59c91d6bb3835159886e775cb

 

여왕은 얼음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으로부터 시작된 서릿발이 성을 향해 흘러갔다.
그로부터 폭풍이 휘몰아쳤다. 더 이상 눈발은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치 앞도 확인할 수 없는 눈보라.
산맥을 찢어발기는 바람소리. 우박이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 얼음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여왕의 지휘 아래 여러 소음들이 어지러이 섞여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져 휘날렸다.

무언가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눈보라가 그쳤다. 산을 날려버릴 듯이 휘몰아치던 바람도 멎었다.
여왕과 눈사람은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하지만 먼 옛날에 북쪽 산 옆에 자리를 잡았던 얼음성은 이젠 보이지 않았다.
눈사람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왕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그녀의 표정은 어느새 조금 풀려있었다.
여왕은 구두를 벗어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눈밭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뽀득. 뽀득.

 

그녀의 맨발이 하얀 눈에 맞닿으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맨발임에도 그녀의 발걸음은 당당했다. 마치 추위를 모르는 듯이.
동생이 죽은 후 늘상 공허하기만 했던 그녀의 표정이 밝게 피었다.
북쪽 산 반대편에서 눈보라에 가려졌던 태양빛이 그녀를 비추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꽂혀있던 눈결정 모양 핀에 빛이 서려 밝게 빛났다.

여왕은 태양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 내게는 도망갈 곳 따위 없어.”

 

안나. 사랑하는 내 동생 안나.
이 못난 언니가 이제부터 너를 찾으러 갈게.


잠시만, 아주 잠시만. 기다려줘.

추천 비추천

2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5/10] 운영자 14.01.17 128878971 3814
5488723 어저미 멸망ㅋㅋㅋㅋㅋ ㅇㅇ(221.152) 21:02 9 0
5488722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9 13 0
5488721 오늘 모처럼 프갤에 뻘글 마니 썼다 [1] ㅇㅇ(218.158) 20:30 16 0
5488720 쥐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 14 0
5488719 쁘리니 2차는 엄마의 손길 ㅇㅇ(218.158) 20:21 11 0
5488718 탱탱볼의 마술사 유섬피주니어ㅋㅋㅋ ㅇㅇ(221.152) 20:09 9 0
5488717 프갤에 사람이 줄어드는 기간 ㅇㅇ(211.109) 20:06 16 0
5488716 역시 이 가게 시그너처 ㅇㅇ(211.109) 19:53 12 0
5488715 올해는 봄이 좀 늦게 왔네요? [6] ㅇㅇ(221.152) 19:37 32 0
5488714 알바 누님 보니 자꾸 태국 생각나네 ㅇㅇ(211.109) 19:35 10 0
5488713 대관시 ㅇㅇ(211.109) 19:27 6 0
5488712 동남아 알바 누나가 내 말 못 알아들어 [2] ㅇㅇ(211.109) 19:23 14 0
5488711 오랜만에 이 가게에서 입갤 [3] ㅇㅇ(211.109) 19:08 23 0
5488710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2 13 0
5488709 안-시 안-시 안-시 ㅇㅇ(118.235) 18:22 9 0
5488708 안-시 ㅇㅇ(118.235) 18:21 9 0
5488707 안시이이이이잉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10 1
5488706 일본 영상 사진 보면 고양이가 자주 보여 좋음 ㅇㅇ(118.235) 17:22 17 0
5488705 프린이 오늘 오후 일정 ㅇㅇ(118.235) 16:51 12 0
5488704 진짜 꿀밤맞기전에 그만 깝치시죠 [3] ㅇㅇ(221.152) 14:06 43 0
5488703 비 그치니까 갑자기 가을날씨 ㅇㅇ(118.235) 13:57 17 0
5488702 앙졸 이 미친새끼 갑자기 신비주의 컨셉하네 [4] ㅇㅇ(106.101) 13:33 51 0
5488701 나 정신병이냐? [4] ㅇㅇ(124.57) 13:33 43 0
5488700 늦 엘-시 ㅇㅇ(118.235) 12:23 14 0
5488699 퀸 엘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12 0
5488698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2 11 0
5488697 재개봉좀 해주세요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45 12 0
5488695 221 << 메모만 많이하고 정보는 하나도 없네ㅉㅉ [12] 겨갤러(112.186) 05:16 94 2
5488694 솔랭의 제왕애디~ [2]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41 0
5488693 에루시ㅋㅋㅋㅋㅋㅋ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3 28 1
5488692 엘-시 2타 ㅇㅇ(183.107) 00:22 18 0
5488691 엘시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23 1
5488690 엘-시 비 내리는 밤 엘-시 ㅇㅇ(183.107) 00:22 21 0
5488688 스프에 밥말아먹기 [5]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55 0
5488687 일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 고민중 [8]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71 0
5488686 기아요즘은근살짝슬슬잘하네요 [3] 석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48 0
5488685 상우콜 멸망ㅋㅋㅋㅋㅋㅋ ㅇㅇ(221.152) 04.23 20 0
5488684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29 0
5488683 염전 보트ㅋㅋㅋㅋㅋㅋㅋ [3] ㅇㅇ(221.152) 04.23 30 0
5488682 노게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221.152) 04.23 29 0
5488681 쥐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33 0
5488680 스까국은 비 많이 내리나보네 [2] ㅇㅇ(118.235) 04.23 34 0
5488679 여긴 바람만 불고 비 살짝 날림 ㅇㅇ(118.235) 04.23 17 0
5488678 ㅋㅋㅋㅋ이런 게임을 우취 [2] ㅇㅇ(221.152) 04.23 38 0
5488677 대관시 ㅇㅇ(118.235) 04.23 20 0
5488676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33 0
5488675 말박이.. 말박이를 주기자.. ㅇㅇ(222.107) 04.23 39 0
5488674 안싱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3 19 1
5488673 안-시 ㅇㅇ(118.235) 04.23 2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