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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문학] 겨울의 연속 - 3

Tha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30 00:51:36
조회 1001 추천 2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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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연속 - 1

겨울의 연속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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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여왕의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딱딱하고 앙상한 나뭇가지 손이다.
허나 여왕에게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타인의 손길이 큰 위로가 되었다.
눈사람은 꼭 껴안긴 채로 말없이 그저 계속 여왕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한 시간정도나 지났을까.
눈사람은 여왕이 적당히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트였다.

 

 

“안나한테 가자.”

 

 

“올라프...”

 

 

여왕은 입술을 앙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동생의 죽음은 냉가슴을 앓게 한다.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힘없이 바닥을 향해 떨군 고개.
품 속에서 식어가는 온기.
그렇게 쉽게 갈 아이가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똑,또도,똑똑.

 

노크 소리가 환청처럼 귀에서 아른거렸다.

 

 

“엘사. 두려워할 필요 없어.”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눈결정이 얼어붙었다.
여왕에겐 이미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동생의 얼굴과 함께 그녀의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녀의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죽지 않았지만, 주변인의 죽음은 이겨낼 수 없었다.
죽음은 추위따위 모르던 그녀에게 오한이라는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외로웠다. 두려웠다. 하나씩 둘씩 떠나갈 때마다 영혼이 얼어붙어갔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들어주는 버팀목.
허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은 크나큰 고통.
무게를 지탱해주던 버팀목을 잃으면 건물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왕관을 버리고 홀로 정처없이 방랑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고통을 겪는다.

 

그렇다면, 소중한 사람이 없으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저, 더 예전부터 안나의 곁에 있어줘야 했어.
이렇게나 삶이 짧을 줄은 몰랐으니까.
삶의 폭풍에 휘말려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지 못 했어.
난 내 생각만 하다가 내 유일한 친구를 외면해버린거야.

 

 

“안나를 되돌릴 방법이 있어.”

 

 

눈사람의 말에 여왕의 눈이 크게 뜨였다.
휘몰아치던 눈발이 거짓말처럼 공중에 멈추었다.

 

 

“뭐라고...?”

 

 

“난 안나가 죽은 그 날 곧장 트롤을 찾아갔었어.”

 

 

올라프는 여왕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말해주었다.
안나의 죽음을 방문 바깥에서 확인한 그는 곧장 트롤을 찾아갔다.
오래 전에 한 번 들렀던 트롤의 숲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웠다.
더운 날씨는 그가 오랜 시간 움직이는 것을 방해했고, 내리쬐는 태양은 그의 경로를 제한했다.
밤이 되면 늑대는 그를 쫓아다녔고, 날마다 더해가는 외로움과 피로함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곳에 가야만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끝없는 불행을 끊어야했으니까.
여왕이 영원을 헤매는 것처럼 그 역시 죽지 않았다.
머리가 떨어져나가고 몸통에 구멍이 나도 삶은 이어졌다.

 

그래. 여름날 눈사람은 행복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던 선탠도 적당히 할 수 있었다. 즐거웠다.
적당히 따뜻한 물에 몸도 담구어보았다. 즐거웠다.

허나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면서 비로소 알게되었다.

여름날에도 살아있는 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여름날에도 눈사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었다.

 

더운 낮이면 아지랑이가 피었다.

추억으로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함께 피어올랐다.

비가 오면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빗소리가 목소리처럼 그의 귓가를 두드렸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추억이었다. 몰랐을 뿐.

 

그는 힘겨운 여정동안 추억을 곱씹으며 기어코 목적했던 곳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원하던 단서를 얻어내었다.

 

 

여왕의 손이 덜덜 떨렸다.
손부터 시작된 진동은 곧 전신으로 퍼졌고,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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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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