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몇 일을 잠에 들었던가.
여러 번의 계절이 얼음성을 스쳐지나갔다.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
다시 겨울.
다시. 겨울.
얼음성은 여전히 북쪽 산에 우뚝 솟아있었다.
성이 세워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무결함을 뽐내고 있었다.
지형의 험준함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었고, 아무도 찾지 않으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성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이제와서는 성의 존재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혹여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산을 넘어 성에 도착한다한들 문을 열지는 못 하리라.
똑. 똑. 똑.
“엘사.”
눈사람이 말을 했다.
머리 위에 눈구름을 달고다니는 눈사람이었다.
외모는 어찌나 괴상한지 앙상한 나뭇가지 팔과 당근으로 된 코를 가지고 있었다.
언뜻 우스꽝스러워보이는 모습이지만 그 얼굴은 진지하게만 보였다.
“엘사.”
여왕은 응답하지 않았다.
눈사람이 몇 번을 불러도 그녀는 마치 영원히 잠든 듯 눈썹 한 올 까딱이지 않았다.
눈사람은 수 십번을 불러도 반응이 없자 입을 다물고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여왕처럼 눈을 감았다.
여왕이 긴 잠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다시 여러 번의 계절이 얼음성을 빗겨지나간다.
산에 눈꽃이 피고, 다시 지고.
강이 얼어붙고, 다시 녹고.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을 반복한다.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
이 곳이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시기는 오로지 겨울뿐이었다.
문득 얼음성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성의 진동에 산이 크게 울렸다.
나무에 모여 앉아있던 겨울새들이 깜짝 놀라 날개를 퍼덕이고, 겨울 잠을 자던 짐승들이 잠을 깨어 굴 밖으로 뛰쳐나왔다.
긴 꿈을 꾸었다.
그동안의 고통을 보상받는 듯한 행복한 꿈이었다.
꿈 속의 나에게는 마법이 없었다.
성문은 닫힐 필요가 없었고, 궁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동생은 외롭지 않았다.
부모님은 항해를 나가지 않았다.
남동생이 생겼다. 남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그 재능이 범상치 않았다.
그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국가를 다스렸다.
나는 자유로웠다.
동생들과 문이 열린 궁에서 즐거운 삶을 살았다.
정말 즐거운 삶을 살았다.
그래서 꿈을 깨었다.
이렇게 행복한 꿈은 현실일 수가 없으니까.
이미 지나간 시간이 그것을 증명했다.
나는 실패했다.
숨을 거두는 모든 이들이 나를 걱정했다.
왕관을 되찾았을 때 느낀 압력이 나를 짓눌렀다.
차라리 왕위계승자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엘사?”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여왕은 문득 들어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당근 코를 가진 눈사람이 있었다.
여왕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눈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를 으스러트릴 기세로 껴안고 오열했다.
아직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남아있었다.
-------------------------------------------------------------
흐름 문제로 조금 짧습니다.
올라가기 힘들었을텐데 라이모닉 덕분에 쉽게 올라갔네 ㅋㅋㅋㅋ
주작러의 순기능!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