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역에서 청담쪽으로 한블럭 올라가면 있는 은마아파트 사거리. 대부분 교갤러들은 여기가 평범한 주거지역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지역은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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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근처 정류장인 삼성아파트입구 정류장 근방이다. 평범한 평일 오후시간대 풍경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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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동네는 언론과 정부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그렇다. 대치동 학원가의 중심이다. 이곳은 수많은 초~고등학교의 학원들이 성행을 하는 곳이며 인강이나 현강에서 입소문 등으로 1타라 하는 수능, 내신 강사들은 여기서 경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은 sky캐슬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이 실제로 일어나며 먼 지역일지라도 교육열이 강하신 학부모들은 자식을 어떻게든 이쪽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강남구가 아닌 서초, 송파, 강동지역의 학생들도 자기가 공부를 잘 한다면 한번쯤은 이곳에 와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첫번째짤 왼쪽아래에 작게 적혀있는 '이강학원'은 여러분들도 많이 아시는 한국,지리 1타 강사인 '이기상' 강사가 직접 현장강의를 하는 곳이다. 이분 수업 들으러 필자도 저길 간적이 있는데, 100명 이상이 한 강의실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다.
이 동네는 따라서 일개 공인중개사 전광판에도 대놓고 '학원전문'이란 배너를 띄우고 다닌다. 학원 매물에 무관심하면 살아남을수 없는 동네니까.
서울시는 22시를 넘기면 '공식적으로'는 학원 영업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이동네는 불법과외 등의 형태로 이걸 어기는게 부지기수며, 정부도 단속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따라서 22시 즈음에는 많은 학생들이 저렇게 거리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중 상당수는, 앞에서 말했듯이 송파구 등 멀리서 원정을 오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대치동 학원가의 성격이다. 초등학교의 학원들관 달리, 대치동 학원들은 대부분 영세한 편이기 때문에 학원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학원들이 많다. 또한 유명 강사들 수업을 듣게 하려고 오는 곳이 여기이므로, 굳이 이들 집까지 학원버스를 운행할 이유도 없다.
물론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차로 태우시러 오는 분들도 많다. 따라서 이 지역은 22시 전후만 되면 자식들을 차에 태워서 귀가시키려는 부모님들의 차 때문에 강남대로 급의 정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먼 지역서 온 친구들일수록 부모님들의 픽업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가까운, 지역이라 한들 현실적으로 매일 그러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한테 시내버스의 존재는 생각보다 되게 중요하다.
이 정류장에 정차하는 시내버스는 333, 420, 461, 2415, 4412 그리고 340이다. 강남구에 사는 친구들은 앞의 다섯개의 시내버스를 목적지에 따라 골라타면 된다. 예를들어 자기가 개포동에 산다면 333 420 461 4412 넷중 하나 골라타는거지. 이 케이스가 좀 많고. 저렇게 22시가 넘으면 이 지역을 다니는 시내버스들은 거진 퇴근시간보다 더한 가축수송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게, 송파나 강동쪽으로 넘어갈 때는 가락시장역 남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거진 이 340번을 이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위의 다섯개 버스들은 송파구를 연계하지 않거나 연계하더라도 주거지역과는 거리가 먼 잠실역 등지만 연계하고 또 빙빙돌기 때문이다. 의아한 사람들은 청담동을 삥 도는 2415와 가락시장역 이남만 쬐금 연계하는 461을 봐라.
결국엔 이들의 선택지는 340번밖에 없게 되며 학생들은 22시가 넘으면 이 삼성아파트 정류장에서 우르르 몰려들며 이 버스를 타게 된다. 결국 이 버스는 3-5분이라는 짧은 배차에도 불구, 콩나물시루처럼 채워지는 7,80년대 버스의 풍경을 쉽게 볼수 있게 된다.
필자가 탄 340번 버스인데, 역시나 내 예상을 져버리지 않은 가축수송 상황이었다. 비록 9호선 연장개통 후 삼전동 방이동 단독수요는 박살났다만 9호선은 대치동하곤 거리가 먼 노선이니, 이들한테는 전혀 도움되는 게 아니다. 결국 오늘도 학생들은 만원인 340번 버스를 어떻게든 출입문에 매달려서 집까지 귀가한다.
이중에는 본인처럼 송파구 지역이나 강동까지 직통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고 중간에 내려서 4318이나 삼전사거리 등지서 송파상운, ㅈ화운수, 3012 등의 노선으로 환승해서 340번이 못 연결해주는 음영지역으로 가기도 한다.
집 근처 정류장까지 가는데도 입석은 전혀 줄지 않았고, 필자는 내릴 때 특이한 버스 출입문 내부광고를 보게 된다. 저 검은색 글씨는 잘 들여다보면 고난도 수학 4점짜리 문제를 적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바로 대치동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수학학원, '깊은생각'의 광고인 것이다. ('깊은생각' 은 알파테크닉 등으로 유명한 '한석원' 대성마이맥 인강 강사가 직영하는 학원으로, 일부 반은 이 자가 직접 강의하는 학원이다. 한석원 직강반은 1등급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버스의 특성상,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깊은생각 등 유명한 대치동 학원들은 저렇게 버스에 자기네들 광고를 붙혀 놓는다. 아마 서울에서도 340번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참으로 똑똑한 생각 아닌가 싶다 ㅋㅋ
340번이라 하면 교갤러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요는 암사, 천호동 쪽 수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보닌처럼 340번을 학원 비공식 셔틀버스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340번 하면 '대치동 학원버스'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대치동 학원 가본 상당수가 이 버스를 한두번씩은 타보았을 거니까.
마지막으로 교갤러들한테 유명했던 건 과거 신성 340번이나 제부네 340번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깊은건 이 서울 340번이 아닌가 싶다.
분명 중앙차로도 들르지 않고, 9호선 개통 전에는 경유하는 지하철역도 간선치곤 진짜 적은 편이었는데 대치동 학원가를 경유한다는 걸로 2014년 기준 전국 승하차량 전체 8위, 그리고 900이 넘는 대당승객수를 보여준다는 것이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사교육 문제를 잘 부각시키는 것이기도 할 테고.
이 노선은 준공영제 전에는 고급좌석 43번이었고 이마저도 올림픽공원 이후 구간은 다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또한 휘문고 쪽으로 돌아가서, 전철로 환승하는게 더 이득인 선형이었다. 만일 준공영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송파나 강동 쪽 재능있는 친구들이 대치동 학원 수업을 누리는 것은 더욱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준공영제의 장점을 보여주는 버스기도 한 거다. 대치동 학원이 버스의 운명을 정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라는 게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오늘도 열심히 학원에서 공부하고 녹초가 된 채로 집으로 귀가하는 학생들한텐 고마운 존재로 생각되지 않을까 싶다. 이게 내가 340번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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