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올라오는 향우회 자막 짤 보다보니 옛날 생각 나서 썰 한번 풀어본다.

망한지 10년도 더 넘은 커뮤니티라 악명높은 자막으로 유명해도 실제로 활동한 가붕이는 거의 없을거라 본다...

내가 처음 향우회 들어간건 2003년 파이즈로 특촬 입문하면서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영상자료나 자막 구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쇼커 향우회 말고는 없다고 봐야했다.

당나귀 같은거나 사용하던 시절이니까 말이지.

당시에 쇼커향우회에선 매주 방영되는 에피소드 영상 및 자막이 꼬박꼬박 올라왔고

방영이 끝난 지난 작품도 주 3편 정도씩 로테이션 돌려서 업로드를 했었다.

지금이야 온라인상에 저장 공간이 남아도니 그냥 다 올려버리면 그만이었지만 당시 쇼커향우회가 있던

코리아닷컴 동호회는 그렇게 용량이 넉넉하지 않아서 지우고 올리고를 반복해야 했다.

3 이미지 순서 ON

그래서 파이즈로 입문했던 나는 매주 올라오는 파이즈와 3편씩 올라오는 아기토를 보면서 특덕이 되어갔다.

덕분에 입문은 파이즈로 했지만 가장 먼저 완결본건 아기토 였지...

여기서 문제의 자막에 대해 썰을 풀어보려 한다.

당시에 쇼커향우회는 꽤 폐쇄적인 커뮤니티였다.

영상은 가입만해도 받을 수 있지만 자막의 경우엔 등업이 필요했거든...

그리고 등업을 위해선 단순한 잡담이나 쓰는게 아니라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만 했다.

당시엔 나도 자막없이 보는건 엄두가 안나는 상태였어서 아기토 자막은 어떻게든 다른 루트로 구해서 봤지만

매주 새로 나오는 신작은 자막 수급이 불가능해서 어쩔수 없이 등업을 위해 온갖 발버둥을 쳤다.

위에서 말한 생산적인(?) 활동이 필요한데...

그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할만한게 팬픽게시판에 팬픽을 올리거나 자막 혹은 대사번역을 올리는거다

여기서 쇼커향우회 자막이 왜 그 꼬라지인지 답이 나오는데...

등업을 위해 어설프게 만든 자막이 무분별하게 올라갔던거지

힘들게 쇼해서 등업해 봤자 비슷한 애들이 올린 자막만 있는거다

굳이 자막이 올라온 편의 자막을 또 만들 필요도 없으니

그나마 제대로 자막 올리던 사람들도 자막 제작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결국 이 괴상한 시스템 덕에 자막 퀄리티는 M78 성운으로 날아가버린거지

여기서 나도 흑역사를 만들었는데...

등업을 위해서 팬픽 게시판에 아기토 후일담 팬픽 같은거를 올렸거든...

생각만 해도 수치심이 드는 퀄리티였다...

흔히 가갤에서 까이는 네덕에 가까웠지

그리고 덕질+제2외국어로 배운 어설픈 일본어 가지고 자막 제작에도 도전한다.

당시에 나는 해석은 어느정도 되지만 자막을 만들 능력이 없어

그냥 대사집을 한글로 번역해서 업로드 하고 누군가 자막을 만들기를 바랬다.

이것도 쇼커향우회에게 어느정도 생산적인(?) 활동으로 인정을 받았거든...

그리고 이게 나의 베스트 흑역사가 됐다.

어설프게 배운 고딩이 번역을 해봐야 제대로 할리가 없지.

블레이드 방영 당시 한편을 번역해서 올렸는데 아마 전체의 60% 정도 밖에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번역은 ???? 나 어설픈 의역으로 떡칠이 된 전형적인 향우회 번역이 완성됐다.

자막 제작자가 당연히 뺄 줄 알고 쓸데 없는 사족 같은것도 넣어서 말이지...

그리고 한 자막 제작자가 이걸로 자막을 올렸다.

번역 누락 부분에 대한 보완도 없고 쓸데없는 사족도 지우지 않고 말이지

당당하게 자막제작 ㅁㅁㅁ & 번역 ㅁㅁㅁ 하고 내이름도 딱 박아서 말야...

아 여기서 알아둘게 있는데 쇼커향우회 아니 코리아닷컴 동호회 자체가 실명 커뮤니티였다.

즉 저 돌아버린 자막에 내 본명이 박혔다는거지...

문제는 저딴걸 올려놓고 나는 등업이 됐다...

등업하고 자막 자료실에 입성하여 완성된 자막을 보니 뿌듯함 보다는 쪽팔림이 앞섰다.

그래서 향우회 관련 글이 올라오면 'ㅅㅂ 설마 내거는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다행히 퀄리티가 너무 안좋아서 그런지 그다지 퍼지지 않고 뭍힌거 같더라...

이 이후에 쇼커향우회는 얼마 안가서 망하고 대부분 특덕들은 전대미문이라는 네이버 카페로 흡수 됐다.

지금은 뭐 이 두 커뮤니티 다 망해서 없어졌지만...

암튼 옛날 생각하니 요즘은 덕질하기 참 좋은 세상이 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