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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결말을 앞두고, 조금 긴 글[리뷰북 동의]

ㅇㅇ(116.46) 2020.05.13 02:24:30
조회 3138 추천 142 댓글 25
														




결말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낮출 겸....진심으로 내가 결말에 대해 했던 생각들.

그냥 막방 전날이라 그런지 센치해져서 갑자기 풀어놓고 싶었어ㅋㅋㅋ(벽을 봐야하나..???ㅋㅋㅋ)

사실 이런들 저런들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길게 푼 것에 불과하지만ㅋㅋㅋ



편토커가 옥상에서 서연이의 일을 재현하고, 비로소 바람에 흩날려 자유로워지던 서연이의 빨간 토슈즈 끈을 보면서,

언어를 잃고 의식은 있지만 얼굴 아래로는 꼼짝도 못하고 병실에 누워있는 걸 보면서,

나는 역설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비록 죽어서도 서연이의 평화는 방해 받아야 했지만,

죽어서도 고통받는 것은 피해자인것조차 지독히 현실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에 스토커의 손에 목이 조여 속박되었던 서연이는 스스로 스토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어낸 것처럼 보였다.


스토커 또한 정말이지 기어코 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여느 범죄자가 그렇듯 자기연민에 취해 진짜 피해자(서연, 정훈)에게 화살을 돌렸으며,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해내지도 못했다.

정훈 또한 여느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영웅이 되어 스토커가 하려던 것을 온전히 막아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결국 자기 하고 싶은 것을 다 한 스토커에겐 정말이지 죽느니만 못한 생지옥이 남았다.

그에게 죽음을 주지 않는 것, 법으로는 더 어찌할 수 없으나 현실에서 더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없으나 그들을 만들어낸 작가는 그에게 수많은 경우의 수 중 가장 최악을 그의 몫으로 남겨두는 길을 택했으며 8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을 다시 한 번 겪은 정훈에게는 그 기억 속에 갇히지 않도록 하진을 남겨둔 것이다.


그의 마지막 아닌 마지막을 보며,

가슴 한구석에서는 가장 완벽한 최후라는 충족감이 채워지는 동시에

이 드라마는 참 따뜻하지만 어쩌면 마치 거짓말처럼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러던 중,

다시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박수창이 '자신의 사진이 범죄에 이용될 줄 몰랐다는 사실을 참작하여', '좋은 변호사를 써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또한, 어떻게든 태은이가 막아주길 빌었던 '망각하지 못하는 남자' 역시 기어코 출판되었다.


그러나 와중에도 박수창은 기자직을 잃은 상태였으며,

태은 역시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진 않았다.


그저 현실이었을 뿐이다.


박수창은 현실의 모 기레기를 떠올리게 하듯 인터넷 방송에서 남의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떠들었으며,

대중은 그를 기레기라 욕하면서도 정작 그가 말하는 정훈과 하진, 서연 세사람의 이야기를 너무도 쉽게 믿었고 너무 쉽게 얘기했다.

왜 쉬웠느냐고? 남의 이야기였으니까. 자극적인 이야기였으니까. 그저 현실이 그랬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태은 역시 아버지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가 더이상 학자로서도 존경받을 가치가 없음을 이야기했으며, 어쩌면 오랫동안 놓지 못했을 아버지와의 연결에 대한 희망도 내려놓았다.

마냥 원고를 빼돌리는 것도,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하는 것도 아닌 자기자신을 고발하기까지했다. 자신의 의사면허까지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서.

어쩌면 왜 죄는 아버지가 지은 것인데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하는 원망 하나 없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태은에게, 하진의 용서 아닌 용서는 자신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구원이 되었을 것이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용기가 될 것이다.

항상 아버지의 방식에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그리고 '가족'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기에 아주 오랜 시간을 고통받았을 태은은 그렇게 자유로워졌다.


(tmi 사실 처음에는 태은이 생각보다 역할이 적지 않나? 왜 애꿎은 태은이가 벌을 받아야하지? 하고 내가 더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 되짚어보니, 태은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의 파멸이 아니라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또한 누군가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는 것이 태은다운 결정이며, 결국은 이것이 아버지와 태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히려 단편적으로 책의 출간을 막는 것만을 원했던 내가 더 그를 도구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15회에서 잠시나마 웃을만한 장면은 문철이 박수창에게 음식물쓰레기를 쏟아붓고 도망가는 장면 뿐이었다.

어쩌면 이것조차 지독히도 현실적이었달까.

세상 더 없는 쓰레기같은 인간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벌을 줄 수 있나 싶었던 중, 잠시잠깐 괴롭히기라도 하는 정도의 애들 장난같은 수준이었지만 희한하게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


왜냐면 문철이라는 인물의 반성은, 착해빠진 하진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그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벽 앞에서,

서로를 위해 이별을 택했다.


그들이 '함께하라, 기억하라,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실현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과정이 이럴거다, 라는 예측은 하지 못하겠다.


박수창이 만족할 만큼의 벌을 받는 장면이 나올지도 잘 모르겠다.

현실에서 박수창을 어떻게 편토커 못지 않은 최악의 결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나로서는 쉬이 떠오르지 않을 뿐더러,

그렇기에 저런 소소한 테러나마 문철의 몫으로 안배한 것이라는 생각도 조금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동시에, 여태 보아왔던 작가라면 어떤 식으로든 박수창이 가장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그것만은 철저하게 부서뜨려 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기도 하다.


책이 출판되고 과거가 알려진 뒤,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은 쉽게 잊는 만큼 쉽게 얘기한다.

분명 2년 전보다야 사람들은 이들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대부분은 자신들이 뱉었던 말도 잊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재회하게 될 정훈과 하진 앞에 대중들의 시선이 드라마틱하게 변해있을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작가가 그리는 세상은 늘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므로 두 사람이 다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졌을 사람들이, 상황과 상관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들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건, 작가가 두사람에게 서로를 남겨줄 것은 틀림없으므로.


그리고 그런 둘을 보며 문철이라는 인물이 그랬듯 누군가는 그들의 진심을 알아보고 기꺼이 응원해줄지도 모르고 말이다.


작가가 선택한 현실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어떤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의 행복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분명한 것은 기억에 잠식되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가는 정훈의 존재가 유교수에게는 가장 믿을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일 것이므로.


정훈은, 그리고 사람들은 늘 그랬듯 앞으로도 여전히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때로는 차라리 잊고 싶은 것들마저 잊지 못할 것이다.

다만, 정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그렇게 더 많은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원래 행복이란, 불행이 있었기에 더 소중하게 빛나는 것이므로.(두 사람이 헤어짐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질 것처럼)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는 만큼,

남들보다 더 많은 시련이 있었던 만큼,

다시 만난 그들의 앞길에도 더 많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과거 속 어떤 기억들로 울고, 괴로워하고,

그러나 결국 또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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