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5화, 6~7화, 8화 , 9화, 10화, 11화 , 12화, 13화, 14화, 15화, 16화, 17화, 18화, 19화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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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로부터 여러 전달사항들을 숙지받고, 드디어 디즈니 랜드에 입성한 그녀는 매직 킹덤의 메인 스트리트를 걷고 있었다.
곧게 일자로 뻗어나간 그 넓은 길 끝에는 디즈니의 상징인 신데렐라 성이 있었는데, 그동안 디즈니로고 그래픽으로 보던 그 성이, 저 멀리서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입장하기 전 오전 7시에 불과했지만, 드문드문 주변을 지나다니는 청소 직원이나 분장한 캐스트들이 보였다.
직원밖에 없어 한산한 넓은 길의 중앙을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끼며 산뜻하게 걸어가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비범한 몸매와 캐스트들이 입은 드레스보다도 훌륭한 안나의 드레스, 얼굴은 귀여운 SD 안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써 가려져있기에 직원들의 호기심도 자극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나가면서 직원들이 힐끔힐끔 엿보는 시선들이 그녀를 향했는데, 디즈니 직원임을 나타내는 배지를 가슴에 차고 있지 않음에도 그 누구도 그녀를 잡지 않았다.
미리 지시가 내려온 걸까,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자 마음 놓인 그녀는 거리낄 것도 없겠다,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끼며 빅토리아풍 건물들을 가면의 눈구멍 사이로 쭉 둘러보면서 신데렐라 성으로 걸어갔다.
건물을 둘러보다가 가까워지는 신데렐라 성을 바라보며 걸어갔는데, 벽돌이 보일만큼 가까워졌는데 그 크기가 뭔가 작아 보였다
“... 어?”
디즈니 캐슬은 축소된 성이었다.
캐슬에 더 가까워질수록 원근감에 숨겨져 있던 작은, 가짜 성의 모습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한계가 있네’
그대로 신데렐라 성의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이렇게 디즈니 랜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데렐라 성도 어딘가 가짜의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멀리서 보면 환상, 가까이서 보면 가짜라…’
[ㅡ너는 가짜야.]
나는 마음속 깊이 감추고 있던 생각이 떠올라서 눈을 감았다.
엘사님 엘사님하면서 주변에서 당신만이 디즈니 월드에서 진짜가 될 수 있는 존재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무거워졌다.
‘진짜? 내가 어떻게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거지?’
... 오히려 엘사의 외모만을 가지고 지금껏 그녀를 연기하며 속여왔던 나야말로 이곳에서 가장 가짜가 아닐까?
여기 있는 모든 캐스트들은 자신이 캐릭터의 대역임을 숨기지 않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데, 나는 현실에 강림한 엘사로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그걸 지키기 위해 속여왔었다.
사람들은 겨울왕국 엘사의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오랜 시간 걸쳐 쌓아 온 그녀의 이야기, 성장을 사랑하는 것인데 가진건 외모뿐인 나는 뻔뻔하게도 마치 엘사 인척,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면서 세상을 속여왔었다.
앞으로도 나는 디즈니와 함께 그들의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여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엘사와 닮은 사람일 뿐이라고 세상에
알리는 것 또한, 어린아이들의 환상을 깨버리는 행동이기에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가슴이 죄책감으로 저릿했다.
대체 무슨 얼굴로 나를 찾아오는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봐야 하는 걸까
그동안 인기를 얻을 걸 기대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디즈니랜드에서의 생활은 사실 많은 책임감, 많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난 사람들의 시선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앞으로도 이런 마음의 짐을 계속 지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가짜 성이지만, 수십 년 동안 플로리다의 아침 햇살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면 속에서 그 아름다운 성을 푸른 두 눈에 담았다.
처음 변했을 때부터 이 성 앞까지 오기까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옛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아직 출발선에 선 느낌이라니, 앞으로 생길 사건들을 생각하기가 두려웠다.
‘사람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걸 견딜 수 있을까?’
“엘사님, 저기 한번 올라가 보실래요?”
그때 그녀가 가만히 디즈니 캐슬을 보고 있자, 뒤따라 오던 매니저는 가면에 가려져있는 엘사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나는 이어지던 생각을 멈추고 매니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 끝 방향에는 신데렐라 성 중앙의 테라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꽤 높아서 거리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곧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할 텐데, 저 위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걸 보면 장관이에요”
“음…”
“엘사님?”
“... 네, 한번 보고 싶네요”
별로 그러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나는 지금 고민으로 우울하게 있는 것보다 오늘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상황은 변할 거야...”
사람들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올까?
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매니저를 따라 신데렐라 성의 나무 문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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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를 연상시키는 통통하고 푸근한 인상의 남자 헤드윅은, 디즈니 골수팬으로 디즈니 월드를 위해 플로리다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오랜 팬 생활 동안 블로그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고 여러 디즈니 월드 팁 등으로 꽤 구독자가 있는 디즈니 유튜버가 되었다.
그런 골수팬인 그가, 팬들이 엘사를 만나기 위해 몰려가고 있는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디즈니 월드에 있는 이유는… 그의 인맥 때문이었다.
내부의 정보원이라고 할까, 디즈니 월드 캐스트로 일하는 친구가 오늘 ‘안나에게 최고의 서비스’라는 영문모를 지시가 캐스트들에게 내려왔다고 했는데, 수년간 디즈니 랜드에 근무했던 친구가 심상치 않으니 반드시 와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캘리포니아도 다 포기하고 반쯤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오늘 디즈니 월드에 들어왔다.
“좋아, 거의 10등 안에 들어왔다”
디즈니 월드 내의 테마 호텔에서 묵으면 디즈니 월드에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데, 덕분에 가장 먼저 월드에 입장하는 팀이 되었다.
그의 목에는 묵직한 카메라가 목에 걸려있었는데, 그도 오늘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안나’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안나 캐스트가 새로 고용되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불확실한 정보에 엘사를 볼 수 있는 이 중요한 시기의 기회를 통째로 날리는 듯해 불안했다.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가자!”
“휘이이익!”
“좋아!!”
문이 열림과 동시에 주변의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헤드윅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져있는 큰길을 따라 몇 명의 남녀가 달려가는데 그 길의 끝에는 신데렐라 성이 있었다.
“헉! 헉! 일단 캐슬로...!”
벌써 체력이 고갈되어 발걸음이 느려졌다.
하지만 그를 앞질러간 사람들은 모두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에서 먼저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것 이어서, 곧 다른 길로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을 때 빠르게 매직 파크를 탐색하려 했던 헤드윅에게는 잘 되었다.
그는 달리는 걸 멈추고,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 건물 안에 있을 수도 있나”
청소 직원 빼고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기에, 아직 출입금지인 건물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때 신데렐라 성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어?”
아직 멀어서 자세히는 안보였지만, 테라스에 누군가 서있는 것 같았다.
달려갈까? 여기서 찍어볼까?
고민은 순간이었고, 그는 목에 걸려있는 망원렌즈 카메라를 믿고 빠르게 신데렐라 성을 찍었다.
찰칵찰칵,
“앗…! 들어간다!”
몇 장 찍자마자 테라스에 있던 사람이 커튼 너머로 사라졌다.
대충 성의 테라스 방향을 보며 사진을 찍었기에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디즈니 캐스트들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있는 걸 보니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누구냐…”
그는 궁금증에 카메라를 내리고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 저장소에 들어갔다.
아쉽게도 망원렌즈의 성능이 부족했는지, 테라스가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다
지이잉— 확대 기능을 사용해서 사진에 찍힌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녹색의 치마, 허리부터 바스트까지는 검은색인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적금 발을 한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오, 세상에!!!”
한눈에 봐도 안나의 뒷모습이 분명해 보였다.
현실 엘사에 이어서 설마 진짜 안나가 나타난 건가?
근거를 알 수 없는 확신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대박이야!!”
정신을 차렸을 땐, 헤드윅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지금 흘러넘치는 이 뜨거운 팬심
안나의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린다는 상상까지 더해져 아드레날린이 온몸에서 치솟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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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맛과 설명충의 밸런스를 잡기 힘드네..
스토리 전개 가자!
그리고 봐줘서 고마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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