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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 SNS 퀸 엘사 19화 (디즈니 월드)

cha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0 21:28:11
조회 293 추천 15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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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그녀가 안나로 분장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단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백금발을 머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한 번에 묶어 머리 위로 틀어 올리고, 안나의 적 금발 같은 가발을 그 위에 올렸다. 

물론 염색한 것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달랐다. 


그다음 뒷머리에 녹색과 연둣빛 리본을 달아서 머리카락은 마무리. 


이어서 엘사의 창백한 피부를 안나처럼 바꾸기 위해 베이스 화장을 따뜻한 톤으로 올려 혈색이 도는 피부로 바꾸었다. 


그리고 안나에 비해 옅었던 주근깨를 아이 섀도우로 톡톡 그려서 진하게 만들고, 살짝 티가 날 정도로 분홍빛 블러셔를 볼에 올렸다. 


그리고 끝이 쳐진 엘사의 눈썹을 화장으로 살짝 올렸다. 


거기까지 했을 때부터 그녀는 이미 안나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자매라서 그런가 정말 안나와 똑같아진 엘사였는데, 옆에서 화장해주는 세명도 감탄하며 마지막 마무리까지 끝내었다. 


마지막으로 안나의 초록색과 연두색인 대관식 드레스를 입히고 목에는 펜던트 목걸이를 착용하니... 


"와…." 


옆의 분장사들이 유난히 눈빛을 반짝이는 가운데 그녀가 전신 거울 앞에 서자, 화사하게 피어난 초록빛의 안나가 눈앞에 보였다. 


'세상에…'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자매의 외모가 거의 똑같아서 그런가 머리카락 색이 적금발로 변하고 피부 톤을 살짝 짙게 바꾸는 작업에 불과했는데도 아예 사람이 달라 보였다. 


물론 중간에 곳곳에 얼굴의 음영을 부각시키기 위해 들어간 화장의 힘도 있었다.

엘사일 때와 색감부터 달라진 자태에 놀라서 동그래진 눈을 깜빡거리다, 한번 안나처럼 표정을 환하게 웃어보았다. 


그녀가 웃자 

화악—하고 방안 가득 활기찬 에너지가 차오르면서 

그 따뜻한 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역시 안나도 정말 귀여워…’ 


내가 그렇게 해바라기 같은 웃음을 짓자 주변의 4명은 숨도 죽이고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안나에 흥분하고 있었다 


"엘사님…. 사,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그중 얼굴이 폭발할 듯 새빨개진 한 명이 핸드폰을 든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물어왔다. 


"물론이죠, 메이크업 실력 대단하시네요… 설마 이렇게 안 나와 똑같이 바뀔 줄은 몰랐어요" 


"저희는 별거한 거 없어요! 당연히 엘사님 얼굴이 정말 아름다우셔서 그런 거예요!" 


그 말이 아부인지 진심인지 구분이 안 갔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눈동자를 떨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거의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옆에 있던 두 명도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더니, 클로이도 보안 규정을 지켜달라고 한번 경 고한 뒤 자신도 슬그머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킥킥 웃으면서 카메라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거울 너머의 안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안나… 그동안 엘사만을 보아왔기에 안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제대로 느껴본 적은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 

엘사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안나의 화사한 분위기는 현실에서 정말 보기 힘든 것이었다.


나는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거울 속 안나의 보석같은 청색 눈동자에 깊게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



그렇게 몸단장을 마친뒤 3명의 분장사와 눈물겨운 작별을 나누었다. 물론, 내가 울지는 않았다.

나와 매니저 클로이와 향하는 곳은, 지하 유틸리도어로 연결되어 있는 디즈니 월드 매직 킹덤 


디즈니 월드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디즈니 월드는 네 개의 커다란 테마파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매직 킹덤, 할리우드 스튜디오, 애니멀 킹덤, 디즈니 앱 콧이 있다. 


그중 매직 킹덤은 디즈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데렐라 성이 자리하고 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프린세스를 테마로 하는 디즈니 월드의 대표 테마파크다. 


때문에 프린세스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엘사가 그곳에 빠질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겨울왕국과 관련된 어트랙션이나 쇼는 엘사와 안나가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것뿐이었다. 


솔직히 실망했다. 가장 사람들이 원하는 컨텐츠인 겨울왕국이 이렇게 비중이 적을 줄이야. 


"정말 겨울왕국과 관련된 건 그것뿐이에요?" 


"아, 네… 매직킹덤은 지어진 지 오래되어 새로운 놀이기구를 추가하기에는 좀 힘들어서.." 


"그럴 수가…" 


"대신에 디즈니 앱 콧에 엘사와 안나, 올라프를 모방해서 움직이는 인형인 애니메트로틱스와 1편의 노래들을 움직이는 레일을 타고 구경하는 어트랙션이 있어요" 


"로봇... 그래도 디즈니 공주인데 성 하나쯤은!" 


"그... 아렌델을 그대로 테마파크 한 구역으로 만들려 했었는데, 엘사님이 오셨기에 그건 거의 확정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요? 아렌델이요?" 


"네, 한 5년은 걸리겠지만… 아마 겨울왕국 3가 나오기 전에 완공시킬 거예요" 


"오오…!" 


겨울왕국 3, 아렌델 구역! 수많은 컨텐츠가 나로 인해 나오는 듯한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오늘 매직 킹덤에서 열심히 공주님들을 봐야겠네요, 나중에 저만의 구역이 생길 때를 위해…!”


“아, 엘사님.” 


“... 네?” 


탁, 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클로이, 그 모습에 나는 살짝 겁먹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 겨울왕국 2, 몇 번 보셨다고 하셨죠?” 


“어, 한 번이요” 


영화를 보자마자 몸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뒤에는 극장에 갈 수가 없어 노래 연습도 유튜브로 했었다. 


“휴… 그럼 문제 하나 맞춰보시겠어요?” 


“아, 네...” 


“2편에서 노덜드라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중 엘사에게 5번째 정령의 존재를 알려주는 여자의 이름은 뭘까요?” 


“어…..” 


뭐였지? 그 스카프에 그려진 문양을 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확실했다. 기억을 뒤져가며 그 캐릭터의 짙은 이목구비와 분위기는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이름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 혐오를 멈춰주세요!] 라고 하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본 듯한 기억이 있는데... 


“... 모르겠어요” 


“정답은 허니마린입니다 엘사님... 어쩌면 이런 질문을 디즈니 랜드 내에서 받을 수도 있고, 누군가 허니마린 분장을 하고 엘사님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죠” 


“엘사님이 그 이름들을 모른다면 사람들의 모든 몰입이 깨져버릴 수 있어요, 그동안 환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던 엘사님은 이해하실 수 있으시죠?” 


“네… 그렇네요.” 


“디즈니랜드 캐스트들은 그걸 ‘분노를 참지 못하는 백설공주’ 이야기로 배우게 되는데, 핵심은 같아요, 청소 직원이 공원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레스토랑의 직원이 친절하게 접대해도 중요한 곳에서 손님들의 환상을 깨는 행동을 하게 된다면 모든 디테일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아아…” 


“그래서 엘사님을 좀 더 엘사답게 만들기 위해서 아마 내일부터는 몇 시간씩 과외를 하게 될 거예요” 


“네? 과외요?” 


“네… 디즈니 대학에서 전문가들이 엘사님이 알아야 할 정보부터, 엘사의 몸짓과 습관들을 알려주실 거예요” 


과외... 듣기만 해도 정말 귀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엘사로 바뀌게 된 대가이자 의무라고 생각했기에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납득했다. 

그래도 계약할때는 별말 없었던 디즈니였기에 살짝 속이 상했다.


“네... 열심히 할게요” 


“앗…” 


풀이 죽은 엘사를 보며 클로이는 ‘너무 밀어붙였나?’라고 혼잣말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이는 그녀의 기분을 수습하기 위해 다급하게 고민하다가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 엘사에게 건네었다. 


"그, 엘사님, 마지막으로 이거... 받아주세요” 


"... 이게 뭐죠?" 


클로이가 건넨 건 5개의 봉투였다. 클로이가 말없이 바라보는 걸 보니 그녀가 열어보기를 바라는 눈치여서 풀이 죽은 얼굴을 피고, 봉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히 열어보았다. 


“와…!” 


안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온 골드티켓을 은색으로 바꾼 듯한 반짝이는 티켓이 있었는데 그 위에 홀로그램으로 눈꽃이 코팅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멋지네요…” 


나도 꼭 소장하고 싶은 굿즈의 느낌이 들었다. 


아렌델로 가는 티켓 컨셉인가? 너무 이쁘다. 


“후후, 주말에 엘사님과 함께하는 이벤트에 초대하는 티켓이에요, 오늘 안나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면서 주고 싶은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주시면 됩니다.” 


“저도 함께하는 이벤트요? 아, 그 영화 이벤트.. 주말에 하는 거였죠?” 


디즈니와 계약을 마치고 나서 앞으로 내가 참가하게 계획된 몇 가지 이벤트들을 알려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극장에서 겨울왕국 2편을 엘사와 함께 관람하는 게 있었다. 엘사와 가까이에서 만나는 이벤트라 소수의 사람들만을 초대한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내가 초대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그럼 아무나 줘도 상관없나요?” 


“네, 마음 가시는 대로 드리면 됩니다” 


“알겠어요, 그럼 방금 클로이가 말한 대로 환상에 몰입하는 사람에게 줄게요.” 


흥, 하고 안나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티켓 다섯 장을 쥐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지하의 에나멜 복도에서 구두를 신고 멀어지는 안나, 클로이는 살짝 삐진 듯 한 그녀의 모습에 서둘러 쫒아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오른쪽이요!” 


——


디테일 살린다고 거의 설명 반이었네;

조사와 설정잡고, 645까지 다녀와서 좀 늦었음! ㅎㅎ

다음편은 내일 올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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