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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정령전쟁 23화 여왕의 무게

Vi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4 17:09:24
조회 508 추천 30 댓글 21

릴레이 소설 통합링크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452001


전편 링크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805075


재밌게 읽어주세요!





"라이더!"


뒤늦게 달려온 엘사는 라이더를 품에 안았다.


"너무 늦었습니다. 나의 여왕이시여"


라이더는 그녀의 품 안에서 마지막 말을 내뱉곤 눈을 감고 말았다.


"아..아.."


엘사의 눈동자에 잿더미로 가득한 주변이 들어온다.


엘사는 믿을 수 없었다. 노덜드라는 진정한 자신을 찾은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 준 친구였고 


여왕이라는 직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여왕이라 불러주는 고마운 신하였고


아렌델만큼이나 소중한 그녀의 새로운 가족이었다.


환하게 웃던 허니마린의 목소리도 나이가 들어 지팡이에 의지하는 옐레나의 주름진 얼굴도 더이상 없다.


오로지 다 타버려 흩날리는 무채색의 잿가루만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쳤다.






장례조차도 치를 수 없게 불타버린 노덜드라의 잿가루를 그러모아 쥔 엘사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꺽꺽거리며 울부짖었다.


"언니.."


안나는 차마 위로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엘사의 이름만 불렀다.


잠깐의 통곡이 멎고 엘사는 흐르는 눈물은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나직히 말했다.


"안나, 내가 어찌 감히 너에게 그런 충고를 했을까."


엘사는 안나에게 공격명령을 내릴 수 있겠냐고 외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노덜드라는 나를 믿고 따라와줬고 내가 그들에게 해준 건 비참한 죽음뿐이야."


엘사는 몸을 일으키며 짙은 후회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왕관을 벗어던지면 자유로워질줄 알았지, 스스로가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자유를 찾은 내게 여왕이라는 무게는 거대한 족쇄같았고 그들이 나를 여왕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답답함을 느꼈어.

 정령과 인간의 다리역할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외교관처럼 말이야. 그렇게 나는 그들을 외면했다."


안나는 수십년 간 함께 지내온 자신의 언니가 낯설게 느껴졌다.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얼음의 마법을 쓰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 


인외의 존재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상 반짝이던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꺼지고 마지막으로 떨어진 눈물방울은 


얼어붙어 작은 소리를 내며 산산히 깨졌다.


엘사는 서릿발같은 목소리로 이사벨라를 보며 말했다.


"이제 그들을 모두 잃고서야 깨닫는구나. 나는 결국 여왕이었다.


노덜드라의 죽음은 모두 나의 책임이다. 백성을 잃은 여왕이 여기서 맹세하나니,


네 년을 찢어죽일것이다."






이사벨라는 불길함을 느끼고 다리를 움직였으나 다리는 마치 못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무슨..!"


예전 엘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때, 안나가 얼어붙었던 때처럼 검은 어둠속의 공간이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사벨라는 불길을 일으켜보았지만 불길은 치익 소리를 내며 타오르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엘사는 공포에 질린 이사벨라의 눈을 얼리며 말했다.


"어둠의 정령보다 더 어두운 절망을 보여주마. 관람비는 네 두 눈이다."


두 눈동자 대신 휑한 구멍을 가지게 된 이사벨라의 끔찍한 비명을 반주삼아


비탄과 절망으로 가득찬 여왕의 처형이 시작되었다.


얼음 송곳들은 이사벨라의 발등과 발목을 꿰뚫었다. 하지만 피는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을 기리는 위령제에 더러운 피냄새를 풍길 순 없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이사벨라의 입술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쉿, 조용히하렴. 그들의 평안을 방해하지마."


끝없이 지르는 비명에 입술은 찢어졌지만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이사벨라는 끊임없이 불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차가워진 몸은 달궈지지 않았다.


엘사는 꼼짝없이 얼어붙은 이사벨라의 심장에 기다란 얼음 송곳을 박아넣으며 말했다.


"두렵니? 걱정마렴. 나의 심장도 얼어붙고 있으니."


심장에 얼음 송곳이 박힌 채로 고개를 흔드는 이사벨라의 모습이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금방 죽진 않을거야. 너도 마법을 다뤘으니 잠깐은 버티겠지."


마치 모루처럼 생긴 얼음기둥이 생겨났고 이사벨라의 몸은 그 위에 뉘여졌다.


이어 공중에 아렌델의 첨탑만한 거대한 빙산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나의 속죄의 시작이다."


그리고 빙산은 모루를 향해 거세게 떨어졌다.






여왕의 처형식이 끝나고 주변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안나"


"으..응!"


엘사의 부름에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숨기고 대답했다.


"정령과 인간의 다리는 내가 아니라 안나, 너였나보구나. 심장이 얼어붙는 게 느껴져. 이게 정령의 마음인가봐"


"빛의 검으로 내 심장을 찌르렴. 그리고 이 공간을 빠져나가도록 해."


"아냐, 안나 난 죽지않아. 그리고 나에게도 노덜드라를 위한 속죄의 시간이 필요해."


"잘 모르겠어. 영겁의 시간으로도 속죄가 되련지.."


"안나, 못난 언니를 기다려주겠니?"


안나는 자신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 무슨 대화를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염없이 흘린 눈물에 기억마저 씻겨내려간게 아닐까


매티어스의 부축을 받아 검은 정령의 공간안에서 나오자 반란군들과의 전쟁으로 시끄러운 아렌델의 외성이 보였다.


지휘부인 안나와 매티어스가 부재된 틈을 타 반란군이 득세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안나는 눈물을 닦고 아렌델의 여왕이 되어 명령했다.


"매티어스 장군, 길을 여세요."


"알겠습니다. 나의 여왕이시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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