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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 SNS 퀸 엘사 16화 (이디나 멘젤)

cha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4 11: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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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3~5화, 6~7화, 8화 , 9화, 10화, 11화 , 12화, 13화, 14, 15화



# Show yourself을 들으시면서 보시면 좋습니다. #



16화



워커와 함께 녹음실로 안내받은 이디나는 스튜디오 1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실은 유리창으로 참관인이나, 음향 믹서를 만지는 곳과 성우가 직접 노래 부르는 곳이 나눠져 있었는데, 이곳은 이디나가 겨울왕국 OST 작업 때도 사용하던 큰 녹음실이어서 조금은 익숙한 곳이었다.


다만 녹음실에 음악감독과 몇몇 관계자가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 참관석에는 디즈니 임직원이나 프로즌 관계자들이 빈틈없이 앉아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이디나는 오디오 믹싱 테이블에 익숙한 얼굴이 있는 걸 보고 워커와 함께 그곳으로 움직였다.


“제니퍼!”


“오, 이디나! 와주셨군요!”


오디오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제니퍼 리 감독은 이디나의 목소리를 듣고 환하게 웃으며 포옹으로 인사해왔다.


“워커도 안녕? 오래간만이네”


“와…”


제니퍼 감독이 이디나와 워커를 보며 인사했는데, 워커는 그 인사를 듣지도 못하고 한쪽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름답지?”


그 말에 이디나도 아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유리창 너머의 녹음실, 그곳에는 푸른빛의 여왕이 있었다.


다가서기 힘들 정도의 아름다움,

녹음실의 따뜻한 불빛 아래에서 반짝거리는 푸른색 오프 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엘사는 음향 관계자에게 장비에 대해 설명받고 있었는데, 얼굴을 굳히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 모습은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의 카리스마를 만들고 있었다.

녹음실을 하나의 무대로 만들어버린 그 비주얼에, 이디나는 잠시 넋이 나갔다.


애니메이션일 때는 가상의 캐릭터로 보던 엘사였지만 진짜 이렇게 현실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니 두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그녀는 통통한 볼살부터 이목구비까지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그 다름은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그녀에게 시선을 뗄 수 없는 특별한 마력을 가지게 해 주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계속 녹음실의 엘사로 향해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다가가기 힘든 그녀의 모습에 아쉬움을 달래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정말 진짜 같죠?”


“아... 네…”


이디나는 제니퍼를 바라보았는데, 제니퍼는 마치 딸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으로 엘사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가 계속 궁금했었죠?


“... 물론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분은 진짜 엘사가 아니에요. 판타지가 아니죠”


“아… 역시 그랬군요.”


“한국에 찾아가 그녀가 진짜 엘사가 아니라고 확인해서 조금 실망했지 뭐예요 후훗”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던 현실적인 이디나와는 다르게

이야기를 사랑하는 감독인 제니퍼는 현실에 나타난 비현실적인 엘사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진짜… 그럼 그냥 엘사와 닮은 거라고요? 저 사람이?”


‘그냥 닮은 수준이 아니라 엘사 그 자체잖아’

이디나는 눈앞에 있는 비현실적인 외모를 보며 생각했다


“네... 그래서 저도 그냥 이디나나 크리스틴처럼 특별한 한 명의 배우라고 생각하려고 했어요”


“...?”


“그런데... 그런데, 그녀를 처음 봤던 그날,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제니퍼 감독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안한 눈빛으로 이디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 노래 시연은 이디나에게 들려주려고 준비했던 거예요.”


“저... 를 위해서요?”


“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아닌, 그녀를 위해 엘사의 시연이 준비되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제니퍼가 왜 이디나를 위해 엘사의 라이브를 준비 한 건지 의문이 생겼다.


“이디나... 일단 보고 이야기해요, 워커도 이리와요.”


“네~”


제니퍼는 믹서 기기 바로 앞에 비워두었던 좋은 자리를 이디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기 옆자리 작은 의자에 신나게 엘사를 바라보고 있던 워커를 앉혀서 이디나로부터 떼어 놓았다.


이디나는 제니퍼가 엘사의 라이브에 집중하게 그녀를 배려하는 걸 보며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믹서 위에 준비되어있던 헤드폰도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올려져 있어서 그대로 머리에 썼다.


그녀가 헤드폰을 쓰는 걸 본 제니퍼 감독은 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엘사,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바로 반주 들어갈게요]


[아, 네!]


헤드폰 속으로 들려오는 엘사의 목소리, 눈앞의 유리창 너머에서 진짜 엘사가 말하는 게, 지금 유리창이 아니라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연기할 때 내는 목소리와 똑같은 그 목소리가 눈앞의 엘사를 한층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준비됐어요.]


[... Show Yourself, 반주 들어갑니다.]

“Show yourself…”


그 선곡에 이디나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기교와 고음이 많던 Into the Unknown과 달리 Show yourself는 엘사의 두려움, 자아를 찾아내는 해방감, 자신을 존재를 향한 의문까지 많은 감정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이디나가 가장 녹음하기 어려웠던 곡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디나가 Show yourself을 녹음하기 위해 몇 달 동안을 연습했다는 걸 생각하면, 공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이 노래를 엘사와 닳은 저 사람이 잘 부를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일단 들어봐라... 정말로?’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던 제니퍼의 의미심장한 말과, 지금 눈을 내리깔고 차분히 감정을 준비하는 엘사의 모습을 보며 이디나는 살짝 두려움을 느꼈다.


‘설마…’


이디나의 불안감이 피어오를 때



피아노의 작은 반주 소리와 함께 엘사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Every inch of me is trembling…]

내 몸의 모든 곳이 떨려


[But not from the cold...]

하지만 추위 때문은 아니야...


헤드폰 속으로 나직하게 들려오는 엘사의 목소리, 아직 노래는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불과했기에 시각적인 비주얼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Something is familiar…]

뭔가 익숙해


[Like a dream I can reach, But not quite hold]

내가 꾸긴 했지만

기억하기 힘든 꿈처럼


녹음실 안에는 조명이 다 꺼지고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만 그녀를 비추고 있었는데, 헤드폰도 필요 없는지 아무런 장비 없이, 마이크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양손을 가슴 앞에서 꼭 쥔 그 모습은, 고결함이 묻어 나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I can sense you there

Like a friend I've always known~]

네가 거기 있다는 게 느껴져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처럼


약간의 바이브레이션과 함께 그녀의 눈이 작게 떠지며 녹음실 너머 먼 곳을 응시했는데, 그 아름다운 비주얼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이디나는, 그녀의 얼굴에서 표정이 묻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 모든 걸 잊고 멍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I'm arriving

And it feels like I am home~]

이제 막 도착했는데

마치 집에 있는 듯 편안해


점점 엘사의 얼굴과 노래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정령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차오르는데, 이디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 섬뜩함을 느꼈다.


[Show yourself.]

너를 보여줘

[I'm dying to meet you]

너를 너무 만나고 싶어


그녀가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귀에서부터 가슴까지 밀려오는 감정들, 가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그녀의 압도적인 가사 전달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Show yourself… It's your turn]

널 보여줘...이제 네 차례야

[Are you the one I've been looking for all of my life~?]

내가 그토록 찾던 것이 너일까?!


분명히 목소리는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차원이 다른 전달력이 나올 수 있을까,

이디나는 엘사를 멍하게 응시했다.


[Show yourself~!]

[I'm ready to learn…]

너를 보여줘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


자신이 그동안 노래를 잘 부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은 목소리에 훨씬 더 훌륭한 노래를 들으니 그 확신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걸 느꼈다.

이디나는 제니퍼가 무엇을 알려주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Ah-ah-ah-ah—!]



이디나와 목소리가 너무나 비슷하면서 실력은 압도적, 비주얼을 제하고도 이제 이디나가 엘사의 성우로 출연한다면 실력 차이로 비교되는 수준이 아니라 원성을 사게 될 정도였다.

디즈니에서 그녀를 배려해주려 해도 이 정도의 차이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억눌러왔던 답답한 울화가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노래하는 엘사의 감정이 들어오면서 마음이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그토록 오래 연습했기에 지금 그녀의 노래가 얼마나 훌륭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그녀는 화가 나는 대신에 깊은 자기 혐오감이 들었다.


나는 왜 노력하지 않았던 걸까.


자신의 목소리로도 저런 훌륭한 노래라면 그녀도 가능했을 텐데, 이디나는 1편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2편의 연습들이 머리에 스치고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입을 벌리고 엘사를 바라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정말 열정적인 팬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만약에 그녀가 지금의 성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 엘사와 배역을 두고 싸웠을 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되었다.


디즈니 본사로부터의 은근한 압박부터

겨울왕국 팬들의 불만

엘사와 싸움으로써 아들이 느낄 실망감까지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줄 몇몇 사람들과 디즈니 계약서 빼고는 그녀를 지켜줄 것들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처럼 생각하던 엘사 그 자체 같은 사람과 갈등을 맺으라니... 자존심 강한 이디나였지만 그런 소중한 감정적인 것들을 포기하고 싸울 자신이 없었다.


“포기… 해야겠네…”

이디나는 참담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차라리 엘사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엘사의 등장이 불행으로 다가온 사람이었다.



--------


이디나가 불쌍하지만, 작가는 엘사파입니다. 훗

어서 디즈니랜드 쓰고싶네요, 오늘은 연참하겠습니다. 문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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