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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현대] SNS 퀸 엘사 12화 (디즈니)

cha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2 13:39:01
조회 269 추천 1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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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15047

3~5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0901


6~7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1077


8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1653


9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53813


10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63622


11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01161



설에 시간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쉬면서 글도 쓰고!



12화.



“후! 드디어 끝났네.”


나는 짐을 다 싸고 정든 자취방을 스윽 한번 둘러보았다.


엘사로 변하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있었던 이주일 전부터, 마침내 디즈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4일 전까지, 다 이 방구석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변한 뒤부터 반쯤 갇혀 살아서 답답했지만, 외출할때는 항상 경계하며 다녔기 때문에 마음 놓이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내가 드디어 이 작은 껍질을 벗어나 얼굴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절로 가뿐해졌다.


아, 물론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얼굴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디즈니 코리아에서 직원이 공항까지 데려다 줄 거지만, 급하게 떠나는거라 한국에서는 미국까지 동행해주는 직원 말고 인천공항에서는 특별한 보호가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했다.


나는 이제 익숙해진 바깥용 검은 마스크와 후드를 눌러쓰고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떠나면서 이 자취방으로 언제 가족들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문옆에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편지를 끼워두었다.


“다 준비되셨나요?”

“아, 네.”


나는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디즈니 코리아 직원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은채 익숙한 주변 풍경을 마지막으로 머리에 담았다. 주변에서 알바도 했었던 편의점, 익숙한 자취방 건물까지 천천히 돌아보고 있자, 곧 차는 인천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기약 없이 떠나보내는 이 느낌은, 삶의 새로운 장이 펼쳐진 듯 한 기분이 들었다.


————


인천공항


나는 도착 하자마자, 직원이 미리 뽑아준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가지고 출국심사를 위해 움직였다.


물론 일단 한국인 신분이기 때문에,미국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했었다. 

디즈니의 보증과 대사관의 빠른 일처리 덕분인지 3일만인 어제 비자가 발급되어 바로 오늘부터 빠른 출국이 가능했다.


웃기게도, 엘사는 그 누구보다도 유럽인 같은 외모인데 국적은 한국 국적이라 자동 출입국 심사가 가능했다.


나는 들키지 않으려고 직전까지 모자와 마스크를 꾹 눌러쓰고 있었지만, 안면인식 때문에 벗을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를 바라보세요]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에 마스크를 벗으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심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처음써보는 빠른 출국검사에 감탄이 나온다. 역시 항상 시스템을 갈아 치우는 한국다운 속도여서 감탄이 나왔지만, 이래도 출입국 통제가 되는지 의문도 생겨났다.


그렇게 자동 출입국으로 빠른 출국 수속이 끝나고, 나는 그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면세점이 늘어서 있는 자동문 너머로 가려고 했다. 


“와….!”


그런데 출입구 옆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나를 입을 쩍 벌린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들켜버렸다.



순간 놀라서 몸이 딱딱히 굳었는데, 아이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소리를 지르려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아이가 소리 지르기 전에 서둘러 달려간 뒤, 여자 아이의 앞에서 무릎을 땅에 대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쉿, 안녕 꼬마 아가씨?”


내가 마스크를 내리고,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아이에게 말을 걸자 여자아이는 벌어져 있던 입을 합, 하고 다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엘사? 진짜 엘사에요?”


“물론이지, 알아차렸구나?”


“에,엘사! 와...너무 이쁘다...”


후드 안쪽으로 반짝거리며 쏟아지는 아이의 관심에 나는 싱긋 웃었다.


“우리 꼬마 아가씨는 이름이 뭐에요?”


“이름이요? 이.하.나 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름을 묻자 자동 반사로 인사하며 배꼽인사를 하는 여자아이, 아 너무 귀여웠다.


“하나야, 엄마는 어디 계시니?”


“엄마는 저어기~ 줄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가 여기서 기다리래요! ”


“아~ 엄마 기다리는 거였구나, 심심했니?”


“네! 그런데...그런데...기다리다가 엘사님을 봐서 너무 좋아요!”

그러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하나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후훗, 그래, 하나에게 엄마 잘 기다리고 있는 상으로 한번 안아줄까요? 영화에서 따뜻한 포옹, 알고있지?”


“네! 엘사 여왕님!”


와아악 하면서 품에 안겨온 어린 하나를 꼭 안아준 뒤 머리를 쓰담아 주었다.

그 따뜻한 손길에 하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더 세게 껴안았다


“그래,그래~”


“히힛...근데 엘사님 몸은 차갑네요..?


“아, 내가 좀 차갑니?”


차갑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신체가 닿을 만한 일을 꺼려왔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새로운 정보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가 하나의 말이 내가 차가워 싫다는 줄 알고 나는 허그를 풀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하나는 더욱 세게 껴안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여기는 너무 더웠는데! 엘사님은 시원해서 좋아요!


"후후 알겠어, 좀 더 안아줄께"


그렇게 한참을 꼬옥 둘이서 안고있자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등 뒤에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다 잘못하면 들켜서 다시 곤경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 허그를 풀고 나를 살짝 올려다보는 하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나야, 내가 오늘 조용히 미국으로 가야해서,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진짜요? 벌써 가시는거에요?"


하나는 아쉬움 때문에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응 미안해... 대신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같이 사진찍을까?”


“...네! 좋아요!”


눈물을 옷으로 닦으면서 의젓하게 웃는 하나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나는 하나가 건넨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후드를 잠깐 벗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자, 카메라 보고, 김치~”


"김치~"


찰칵찰칵, 연속촬영으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나는 다시 방긋하고 웃는 얼굴을 되찾고 셀카를 이쁘게 찍었다.

나에게도, 하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내 핸드폰으로도 한장 사진을 찍었다.

행복한 하나의 감정이 담겨있는 듯한 사진이 참 이뻐 보였다.


"그럼 하나야, 외국에서 재밌게 놀다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네...네! 저도 엘사와 만나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곤 또 배꼽인사를 하는 하나에 나는 쿡쿡 웃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후드를 덮어썼다.


"그럼 안녕~"


"엘사님두 바이바이~"


아쉬워했지만, 힘차게 양손으로 손을 흔드는 하나, 하나를 잠시 보았다가 멀리 출국 심사장에서 마침 하나의 어머니가 나오시길래 나는 손인사를 마지막으로 서둘러 유리문을 넘어갔다.


하나와 헤어지고 유리문을 넘자 보이는 수많은 면세점들, 하나같이 사람들로 붐볐으나 나는 몸만 오면 된다는 디즈니의 배려가 있었기에 면세점에 들릴 이유도 없었다.


미련없이 모두 무시하고 비행기가 서있는 게이트로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입장 대기중이었지만,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가지고 있던 나는 사람이 없을때 바로 비행기로 입장한 뒤, 퍼스트 클래스 답게 개인공간이 완벽히 격리된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잠가 방해 금지 버튼을 눌러 놓으니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휴…"


디즈니에서 한국에서 만큼은 들키지 말아달라고 했던 부탁을 지키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하나에게 들켜서 소란없이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나는 안심하면서 공항에서 있던 내내 사방에 곤두세워져 있던 긴장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어젯밤부터 설레는 감정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잠을 못잤더니, 편안한 공간에 있자마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잠에 취해 미국에 도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


바로 전, 하나의 엄마는 출국 심사대 앞에서 혼자있는 하나를 보고 화가 치솟았다.


"아니, 이 양반은 어딜간거야? 또 담배 한 보루 사러간거야?"


그녀는 조금만 기다려서 애를 맡기고 가면 되는데 그새를 못참고 면세점으로 가버린 못난 아빠에, 여행의 시작부터 삐끗거리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하나에게 다가갔다.


"하나야! 언제부터 기다렸어? 기특하게 잘 있었네, 우리 하나~"


"엄마!!! 나나 방금 엘사님 봤어요!"

"엘사?"


그 겨울왕국의 주인공?

하나가 겨울왕국을 참 좋아해서 2편도 보채는 바람에 얼른 보러갔었고 그, 일주일전부터 난리가 났던 동영상까지 집에서 하나와 함께 보았던 하나 엄마였다.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동영상 봤어요?"


"아니, 진짜 엘사님 봤어요!!"


그렇게 좋아하더니 핸드폰으로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는 그게 아니라면서 분홍빛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녀는 엄청 들떠있는 딸의 모습과 핸드폰 사진을 보라는듯 내미는 딸의 몸짓에, 설마하면서 사진첩을 열고 사진 목록을 보았다.


"세,세상에…!"


핸드폰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밝은 백금 머리와 알이 큰 위장용 안경을 쓰고 딸과 환하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눈을 깜빡여 보아도 진짜 엘사의 모습이었다. 하나도 피부가 아주 하얀편이었는데, 엘사의 새하얀 피부는 훨씬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진짜...엘사네…?"


"그리고, 그리고 사진 말고도 엘사님이 허그 해주셨어요~"


궤를 달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서인가, 시각적인 충격으로 잠시 멈췄던 하나엄마는 딸의 말에 주변을 휙 휙 돌아보았지만, 사진의 엘사와 비슷한 외투를 입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찾을 수 없었다. 남편이 사라진 사이에 엘사와 만나 사진을 찍은 것 같았는데, 그 사이에 딸이 엘사를 보았다는게 신기했고, 우습게도 부러웠다.


'우리 딸이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됐지'


하나 엄마는 가슴속에 올라온 그 감정을 치워버리고 웃으면서 하나를 껴안았다.


"우리 하나~ 엘사님 만나서 무지무지 좋았구나?"

"네~ 너무 좋아요~! 공항 최고에요!"


공항에 도착했을때 북적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겁먹었던 하나가 좋은 추억이 생겼다는 사실에 방긋,웃으면서 못난 아빠를 찾기 위해 면세점 쪽으로 이동했다.


'그 사람도 겨울왕국 좋아했는데, 이를 어쩌나~'


다 아이를 반쯤 방치한 업보였기에 쌤통이었다.


분명히 실망할 남편을 상상하면서 한편으로는 하나와 엘사의 아름다운 사진을 인스타에 올릴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하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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