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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정령전쟁 - 8

문학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7 02:20:46
조회 521 추천 46 댓글 18




전편 링크: https://gall.dcinside.com/frozen/3528805

 

정령전쟁8

 

아렌델 뱃사람이라면 이번 출항에서 당연히 죽을 각오를 했을 터.

 

시간이 눈을 뜬 이래 한 번도 비명과 분노를 멈추지 않았던 어둠의 바다.

그러나 누군가 바다의 심장을 도려낸 듯 수면은 움직임 없이 팽팽했다.  

신의 사체를 인간이 목격한다면 이런 모습이리라.

숨소리조차 용납하지 않는 침묵에 안나는 간신히 양 주먹을 꽉 움켜쥐고 갑판에 섰다.

 

"바다 저편... 북쪽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강......"

 

안나의 입술 사이로 노래인지 주문인지 모를 자장가가 기어나왔다.

한 번 얼어 붙었던 과거가 무색하게 안나의 심장은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요동친다.

어둠의 바다에 오직 안나 심장 소리만 들리는 건 착각일까?

심박만큼 강렬한 안나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

그 옆에 우두커니 선 매티어스는 아랫배에서 목구멍으로 끓어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아냈다.

안나와 매티어스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마주보았다.

 

"여왕폐하, 저건......"

 

먼저 매티어스가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 사이로 말문을 열었다.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웅성거리는 아렌델 수병들 사이에서 안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들을 맞이한 풍경은 흑색 바위산을 흐르는 빙하도 얼음도 아니었다.

지도 대로라면 분명히 아토할란이 있어야 할 자리.

아토할란 대신 마법의 안개 장벽이 그들을 막아섰다.

 

"들어갈 수 있을까요?"

 

매티어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개 장벽이 기다렸다는 듯 좌우로 갈라졌다.

일행이 탄 배가 지나갈 수 있을만큼만.

안나가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안개 속으로 들어간 배는 무사히 건너편으로 나왔다.

 

"여기가 아토할란..."

 

배가 정박하고 안나와 매티어스, 수병 몇이 아토할란의 해변에 도착했다.

 

 

------------------------------------

 

"사만다 루나드도티에"

 

루나드도티에...... 아마도 아그나르의 이복형제이리라. 그렇다면 아토할란의 환영이 보여 준 여자의 딸?

엘사는 빠르게 기억의 페이지를 넘기며 사만다를 찾아봤다.

사만다, 사만다, 사만다......

처음 들어본 이름은 아니다. 흔한 이름이라서 그럴까? 아니 분명히 어디서 봤지만 기억의 파편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비린내가 생각의 늪에 잠긴 엘사를 거칠게 끌어냈다.

 

"윽!"

 

긴장이 풀린 탓일까. 오감이 제 기능을 다하기 시작했는지 피비린내에 코 끝이 아려왔다.

머리가 아찔 해진 엘사는 벽을 짚고 간신히 버텼다.

가쁘게 숨을 몰아쉴수록 고약한 피비린내가 폐부를 찔러왔다.

관자놀이가 터질 듯 압박이 심해지고 위장이 빨래처럼 뒤틀렸다.

헛구역질이라도 하면 시원하련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엘사가 벽을 짚은 손 위로 검붉은 핏방울이 떨어졌다.

 

하나

 

 

 

질척하게 들러붙은 핏방울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흘러내렸다.

손등에서 손목을 타고 팔꿈치를 향해 뱀이 기어가듯이.

브루니의 그것과는 달랐다.

 

이건...... 통증이다.

 

엘사는 자기도 모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온 화상이 팔에서 심장으로 스물스물 퍼져나갔다.

이미 엘사의 몸에 걸치기에는 너무 많은 피가 쏟아지기 시작해 바닥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버지....."

 

엘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헛것이 보이더니 이제는 헛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하나보다.

발가락을 축축이 적신 핏물은 이미 발목을 넘겨 사방에 차올랐다.

이미 어지러운 수준을 넘어서 엘사는 온전히 정신을 보전하기에도 벅찼다.

 

"...아버지시여! 어찌하....."

 

아까 들린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날카롭게 고막을 찢었다.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묶인 엘사는 심장으로 온전히 목소리를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언어나 표정이 아닌 마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생생한 감정이었다.

이대로는 분명히 정신을 잃는다. 아니,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

피비린내가 엘사의 의식에 족쇄를 채워 무의식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루나드 왕이시여! 나의 아버지시여! 제발 저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한탄, 분노, 고통, 공포가 단번에 피오르드 전체를 집어삼킬 듯 몰아쳤다.

엘사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가 아니었다.

어릴 적 사건으로 안나와 떨어져 지냈던 그 긴 시간.

얼음 성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시간

안나가 눈 앞에서 얼었을 때의 절망감

 

귀신울음소리같은 감정 폭풍이 엘사의 무의식을 헤집었다.

이제는 괜찮을 거라 믿기에, 잊고 있었던 괴로운 감정을 하나 씩 의식의 표층으로 쓸어냈다.

태풍이 바다 아래에 잠긴 쓰레기를 해변으로 내던지듯이.

엘사의 치아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한줄기 새어나왔다.

 

"아렌델을 위하여"

 

루나드왕

 

익숙한 목소리에 엘사는 다시 정신줄을 잡았다.

이것은....누군가의 기억...... 사만다의 기억......

물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혈액에도 물이 있지. 맞아. 그럼 한 번 해보자.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으로 힘을 짜낸 엘사는 자신의 냉기를 뿜었다.

 

펑!

 

정말 그런 소리가 났는지 엘사에게만 그런 소리가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엘사는 아까의 비밀 공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엘사 주변에는 붉은 피떡으로 세 개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

 

그 여인을 외면하며 반대 편으로 걸어나가는 굳은 표정의 루나드

 

그리고 무릎 꿇은 여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울상인 어린 소녀

 

무릎을 꿇은 여인의 형상에 조심스레 다가간 엘사는 그녀가 사만다임을 알 수 있었다.

사만다의 형상은 한 손은 루나드를 향하고 다른 한 손은 무언가를 꽉 움켜쥐었다.

움켜쥔 형상은 어딘지 낯이 익었다. 이두나의 스카프와 비슷하지만 무언가 이질적인 문양.

 

혹시 노덜드라 사람들은 무언가 알지 않을까?

 

엘사는 서둘러 옐레나를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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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릴레이소설 처음해보는데 생각보다 어렵구나. 시간 안에 쓰는 참가 프붕이들 존경!



진짜 문학 올리는 프붕이들 대단해! 내가 생각한 전개하고 조금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다음 타자는 "올라크리스토프"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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